동구에 오면 관광愛 물들어요
배말의 작은샘

며칠 전부터 고해산 산기슭에서 불경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잖아도 옆에서 바스락 소리만 나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최노인은 잠자리에 들었다가 훌쩍 몸을 일으키고 방문을 열고 나와서는, 「저놈의 중놈들 때문에 큰일났군.」하고는 신발을 질질 끌고 샘가로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는 물을 마시고 입맛을 쯧쯧 다신다.「참, 그놈의 물맛 희한하단 말이야!」최노인은 경상도 서라벌 동쪽에서 살다가 작년 가을에 여기로 이사해 왔었다. 아들 딸 오 형제를 며칠 사이에 그 무서운 전염병으로 모두 무덤에 묻고는 허탈해져서 산천을 헤매다가 이곳에 정착했었다. 최노인은 무엇보다 물을 좋아했다. 한겨울에도 시원한 물로 목욕을 하였고, 물맛에 황토냄새가 나는 고향에서도 항시 물맛 때문에 짜증을 부리고는 그는 꼭꼭 이십 리 길이나 되는 무내미 고개에서 물을 길어다가 살았었다.

마을에 샘이 두 개가 생기면 자주 불이 날 것이고 네 개가 생기면 마을에 사람의 그림자가 없어질 것이고…

「허 참! 무내미 고개 물맛은 아무것도 아니고만.」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산에서 불경 소리가 사라져야 잠자리에 들겠다고 생각하고는 목침을 멀찌감치 밀어놓고 어젯밤 추겨놓은 짚단을 가까이 끌어당기고는 짚신을 삼기 시작했다. 그는 솜씨가 좋아서 짚신을 잘 만들었다. 자식들을 모두 잃고 아내와 두 식구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것도 그의 솜씨인 짚신 만들기에 뛰어난 재주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님이 좋아하는 짚신을 만들 때는 앞 부분에 문종이에 빨간 물을 들여서 그 문종이를 지푸라기에 칭칭 감으면서 꽃무늬를 만들었고, 선비가 좋아하는 짚신을 만들 때는 하얀 문종이를 작은 새끼줄에 감아서 우아한 멋을 풍기게 했다. 최노인이 짚신 한 짝을 만들고 골을 치기 시작했다. 「탁 탁 탁」방안 구들장이 울릴 정도로 짚신 모양을 골에 쳐서 바로잡을 때 불경 소리는 그쳤다. 그는 비스듬히 누워서 그대로 잠을 청한다. 바깥 어둠엔 새벽 노을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가 잠이 들었다가 꿈을 꾸게 되었다. 꿈에 한 도승이 나타나서는, 「마을에 샘이 두 개가 생기면 자주 불이 날 것이고 네 개가 생기면 마을에 사람의 그림자가 없어질 것이고…」최노인은 억지로 꿈에서 깨어났다. 「희한한 꿈이 다 있고만!」그는 돌아누우면서 혼자 또 중얼거렸다.

그날 따라 그는 늦게 일어났다. 바깥에서 나무를 찍는 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흘러왔는지 하룻밤 사이에 마을에 초막이 다섯 개나 쳐 있었다. 밤늦게 도착한 듯 아침부터 나무를 찍어서 초막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집집이 우물을 파고 있었다. 조금만 땅을 파도 물이 콸콸 나왔다. 우물을 파자 최노인네 집 나뭇간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그는 뛰어가서 불을 껐다. 마을에 어느새 우물이 세 개가 생겼다. 초막을 짓다가 새로 이사 온 사람의 도끼자루가 빠져서 곁에 있던 아들이 즉사를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불이 나고 사람이 죽고 집 근처가 어수선했다. 그가 불을 끈 잿더미를 쓸어내고 있을 때 꿈에 나타났던 중과 똑같은 중이 집 근처로 내려와서 시주를 원하는 듯 불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어젯밤 잠을 설친 생각을 하고는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하는 수 없이 보리쌀 한 바가지를 퍼들고 중 가까이 갔다. 바랑에 넣는 보리쌀 소리가 그치자 중은 돌아서면서,「짚신은 떨어질 때 짚신 웃머리부터 끊어지지만 마을이 망할 때는 짚신 밑창에 구멍이 뚫리듯 망하는 법인데….」하고 걸어가려 했다. 최노인은 그 중의 말에 더욱 의심이 가서,「짚신은 밑창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신을 버틸 수는 없지 않소.」하고 말을 건넸다.

「물 위에 떠있는 짚신은 그러나 물이 배야 가라앉는 법이요. 땅속이 모두 물이외다. 언젠가는 바다가 될 것이고 바다는 물이 고여야 바다가 되는 것이지 밑창을 자꾸 뚫으면 화만 일으키는 법이요.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의 사이라고나 말할까?」중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사라졌다. 최노인은 뒤를 따라갔다. 중이 언덕에 올라섰을 때,「여보시요. 중양반, 내 한가지만 더 물어 봅시다. 사람이 집을 짓고 사는데 바다가 되다니 그리고 뭐요, 밑창을 뚫다니 누가 당신 짚신 밑창을 뚫었소?」하고 역정을 냈다. 중은 최노인을 바라보고는 빙그레 웃었다.「그렇다는 말이지요. 불경에는 여러가지로 재난을 막는 이야기도 많이 있지요. 여기는 배가 둥실둥실 떠 있는 형이외다. 언젠가는 배가 뜨기도 할 것이고….」중은 바삐 사라졌다.

최노인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새벽 꿈에 대한 해석이었다. 「마을에 샘이 두 개가 생기면 자주 불이 날것이고, 샘이 세 개가 생기면 사람이 자꾸 죽어 나갈 것이고 네 개가 생기면 마을에 사람의 그림자가 없어질 것이고….」최노인 얼굴에 먹구름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는 바삐 마을로 뛰어와서는 새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 샘을 메울라고 말하고는,「이 마을엔 샘이 두 개가 생겨도 망해요.」하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자기 집 샘 담을 헐고는 그 우물을 담 바깥에 더욱 큰 샘으로 만들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쓰는 공동 샘을 만들자 마을은 더욱 부유해졌다 한다. 도승이 말한 대로 500여 년이 흐르자 마을은 물에 묻히는 대청댐이 생기면서부터 물에 묻혀 버렸다. 마을 위로 배가 다닐 거라 해서 배말 주촌이라고 부르던 이 마을이 옛날 도승이 말한 대로 물 속에 가라앉았다 한다.

대청댐이 생기기 전 동구 주촌동 배말 마을엔 우물이 항시 하나밖에 없었다 한다.

우물이 두개만 생겨도 마을에 화근이 겹쳐서 항시 우물 하나로 그 많은 마을 사람이 견디었으므로 부촌을 이루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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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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