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에 오면 관광愛 물들어요

숨겨진 추억을 찾을 수 있는 곳!

헌책방
새 옷, 새 집, 새 책… 온통 새것에 익숙해져버린,

분명 새 것이 대세인 요즘이다.
그러나 헌 것이 주는 편안함에는 새 것의 설렘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새 책을 파는 대형서점에 여행지에서의 설렘이 있다면 헌책이 가득한 헌책방에선 고향에서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인쇄소를 막 빠져나온 듯한 새 책의 구김 하나 없는 페이지들 속에는
손끝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전해진다.
반면 헌책은 정겹다. 누군가의 손때와 지난 시간의 먼지가 묻은 누런 종이들 사이로 추억이 함께 묻어 있기 때문일까.

  • 책 읽는 손님 사진
  • 책 고르는 손님 사진

원동 헌책방 골목에는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들이 가득하다. 어느 누구의 인생을 함께 살다 왔을, 누군가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기쁨을 함께 나눴을 책들이 또 다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 9시가 가까워 오자 헌책방들의 빗장이 풀린다. 책이 쏟아져 나온다. 책 뭉치를 내놓고 정리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정리가 끝나고 주인장이 한숨을 돌릴 때쯤 되면 헌책을 구경하거나 사러 나온 이들의 모습이 하나 둘 눈에 띈다. 아이들 위인전집과 명작동화를 사러 나온 젊은 주부에서부터 흔치 않은 전문서적을 구하러 나온 이, 그저 책 구경을 나온 희끗희끗한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다.
헌책방에는 없는 것 빼놓고는 다 있다. 소설, 아동전집, 사전, 교과서, 사회과학서적, 잡지, 대학교재, 고시책, 외국 전문서적 등 새 책을 파는 서점과 비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싼 가격이 그 매력을 더한다.

소설은 단돈 1,000원이면 구입가능하다. 많이 사면 한두 권쯤은 덤으로 끼워주기도 한다. 다른 종류의 웬만한 책도 정가의 50%가 채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아니면 다 읽은 책을 가져와 다른 책으로 교환해 가도 좋다.

60년대부터 줄곧 헌책방 골목을 지키고 있다는 고려당 서점 장세철(74)씨의 6평짜리 점포는 그야말로 5만여 권이 넘는 책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옛날 잡지 표지 사진

뒤죽박죽 엉망인 것 같아 보이는 속에서 과연 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싶다.
“ 대충 어디쯤 있다는 걸 알지, 왜몰라.” 대수롭지않게 말하는 그다. 몇 십 년 단골이라는 어르신도 믿거라 하는 얼굴이다. 잠시 후 책 표지의 먼지를 쓱쓱 닦아내며 나타나 책을 내미는 그가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 대전에는 열서너 군데 남짓한 헌책방이 들어서 있다. 한때 동구청 앞이 수 십 개의 헌책방들로 가득 차 헌책방 골목이라 불리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금도 헌책방 골목의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화려했던 그 시절과는 딴판이다. 50년대 전쟁의 폐허 속 당시 원동 국민학교의 담벼락에서 헌책을 사고 팔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던 헌책방 골목은 80년대에 이르러서는 서른 군데가 넘을 정도로 그 세(勢)가 대단했단다. 그러던 것이 점차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에서 멀어지며 이제는 헌책방 골목의 전통을 이어주는 몇몇 군데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헌책방을 찾는 이들도 달라졌다. 6, 70년대만 해도 헌 교과서를 찾는 중·고등학생들과 대학교재와 사회과학서적을 찾는 대학생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아이들 동화책을 사러 나오는 주부들이나 심심풀이 소설책을 찾는 중년 남성들이 오히려 늘었다. 청양서점 김진문(61)씨는 “예전에는 어려운 형편에 공부를 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헌 책을 찾았다면 요즘은 헌책이 하나의 선택사항일 뿐”이라고 말한다.

책을 고르는 손님 사진2

IMF때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잠시 느는가 싶었지만 그도 잠시, 경기가 어려워진 지금은 다시 찾는 이가 줄었단다. 게다가 그사이 인터넷 헌책 판매 사이트도 생겨났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헌책방 골목의 위기다. 그렇지만 오가다 하루에 한번씩 들르는 이가 있고 추억이 깃든 헌 책을 놓고 주인장과 이말 저말을 섞으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는 이가 있으니 책을 사면 좋고 안사도 그만이다. 헌책방을 잊지 않고 이렇게 들러주는 이들이 바로 헌책방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헌책방에는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이나 학창시절 지겹게 보았던 수학참고서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헌책방은 그야말로 나의 과거를 품은 공간이 되어 잊고 지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선물한다.

우리의 기억이 숨어있는 보물창고 헌책방에 한번 들러보자. 바쁜 일상 속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잠시 숨을 고르기에는 제격인 곳이 아닐까.

  • 자료관리 담당부서
  • 일자리경제과
  • 조낙현 042-251-4613

최종수정일 2019-12-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공누리 1유형